문학과지성 시인선 630 이수명 시집, 『정오의 총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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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에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놓고 단편 소설 한 편을 읽으며 고요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늦봄의 나날들입니다. 소설로 들어가 다른 인생을 들여다보고 누군가의 삶을 이해해보는 밤에, 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궁구하기도 합니다.
오월에는 특히 이런 생각을 더 깊이, 자주 합니다. 제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느끼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살고 있네요.ㅎ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삶, 일반적이라 여겨지는 생애 주기와 관련 없는 삶을 꾸려가는 비혼 여성, 가진 건 책뿐(?)인 삶.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건 매일 새로운 숙제를 부여받고 나만의 답변을 적어 내려가는 일 같습니다. ‘에이징 솔로’이므로 김희경 선생님의 『에이징 솔로』(동아시아, 2023) 같은 책을 읽으며 길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저는 또 이런 질문도 던지고 있어요. ‘가정의 달’이란 무엇인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 어린이도, 어버이도, 부부도 아닌 저 같은 사람에게 ‘가정의 달’은 무슨 의미일까요? ‘스승의 날’을 기념해 누군가들로부터 ‘스승’이라며 선물을 받기도 했으니 가정 외의 범주에서는 어떤 정체성을 부여받기도 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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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른’ 삶을 사는 (살고자 하는) 사람은 기어코 학인(學人)이 됩니다. 공부하고 배우지 않고서는 손에 쥘 수 있는 답이 없거든요. 더 나아가 ‘다른’ 삶을, ‘다른’ 삶의 비전을 획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또한 기어코 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온 나라가 세대와 계급을 막론하고 연애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담론을 내내 유포(!)하는 미디어에 둘러싸인 우리는. 이성애 결혼 기반의 가족 중심 법과 제도 속에서 한 ‘개인’으로 살고자 하며 길을 만들고 개척해 창의적인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우리는.
공부는 알려줍니다. 낭만적 사랑에 기반한 결혼 담론이 기획하는 단일한 삶의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 관계성을 억압하는지, 오로지 가족 중심으로 돌봄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방식이 생성하는 폐쇄적 상상력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규정하는지. 공부는 앎과 더불어 꿈도 건넵니다. 연대와 공동체는 혈연과 가족 제도로 묶인 관계 안에서만 발생하지 않으므로 꿈꾸어 보라고. 이미 앞서 길을 만들고 창의적으로 관계 맺으며 새 세계를 지어가는 우리 이웃 시민들이 동시대에 살고 있다고.
김희경 선생님의 『에이징 솔로』를 읽으며 세상에는 나처럼 연애와 결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남녀간의 이성애 기반 결혼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관계 맺기와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모든 실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가족’이라는 단위로 구성된 법과 제도가 아닌 ‘개인’에서 시작한 법과 제도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에 따른 오늘의 내 정치적 실천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김순남 선생님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오월의봄, 2022)를 읽으며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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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집어 든 책들은… 김병운 작가님의 소설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민음사, 2022), 다드래기 작가님의 만화 『안녕, 커뮤니티』(창비, 2020), 업무 때문에 우연히 읽게 된 이보리 작가님의 중편소설『비비안나』(싱긋, 2025). 이 책들 속에서 시대와 세대를 넘어 오롯이 한 ‘개인’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존엄한 삶과 죽음을 지켜내기 위해 가부장제 바깥에서 자기 삶을 살아내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혼자 그리고 함께.
매일 읽고 공부하지 않으면 매년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삶을 채워가야 할지 전망도 답도 없는 삶이므로, 늘 공부합니다. 오늘도 한 걸음 내디딜 만큼의 답들을 찾아가면서 큰 답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런 마음으로 준비한 지적 자극과 배움의 장, 내 목소리로 고전을 낭독하며 경험하는 자리가 오월에도 열립니다. ‘나’에게 다가가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줄 상담학 연구자 최혜영 선생님을 특별히 모셨으니, 함께 모여 공부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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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균실이 아닌 정원을 가꾸는 삶
⁂ 요약
낭독하는 밤, 5월, 나.
일시_ [강의_최혜영] 5.29.(금) 19:30-20:40 / [낭독] 6. 5.(금) 19:30-21:00
장소_에밀앤폴 (올림픽로32길 22-23 2층 202호) https://naver.me/5qL3I8dY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에 하셔야 합니다!
█ [강의] 혹은 [낭독] 중 1회만 참여 12,000원 / 2회 모두 참여 22,000원
(두 번 모두 참여하시면 가장 좋습니다!)
█ [낭독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알마)
*개별 구매 혹은 현장 구매
█ 구글 신청폼 https://forms.gle/UFkMBszUZQyb6JP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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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앤폴M
에밀앤폴M은 큐레이션 서점 에밀앤폴이 만드는 책 관련 콘텐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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